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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년제/학부모로서

[20250416] 학부모 공개수업을 보고 와서

4월 16일(수) 학부모 공개수업을 보고 와서

 

학부모로서의 경험 상당수가 처음이지만,

특히 학부모 공개수업은 새롭다.

눈에 띄었던 포인트들 위주로.

 

0. 수업 참관 기본 사항

2교시는 저학년, 3교시는 중학년 수업이었기에 두 수업 모두 볼 수 있었다.

작은 아이 교실에는 전체 30명의 학부모가 참석했고, 그 중의 남성은 6명이었다.

큰 아이네는 25명 가운데, 5명이 남성이었다.

 

1. 주머니 속에 든 볼펜

큰 아이의 반에서는 참관록 작성에 필요한 볼펜은 각자 지참하라고 알림장을 보내왔다.

둘째의 반에서는 그런 안내가 없었다. 학급마다 상황이 다른 모양이다.

혹여나 학교에 피드백을 줄 수 있을까 싶어, 볼펜을 하나 주머니에 넣고 학교로 향했다.

 

여러 교실을 지나 3층까지 올라가는 동안 반마다 교실 앞에 놓인 펜과 참관록 종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저학년은 학부모들이 복도를 가득 메울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반마다 적어도 20명 이상의 학부모들은 참여했던 것으로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펜을 비치한 교실조차도 수량은 대여섯 자루에 불과했고,

펜은 일회용 커피컵, 낡은 바구니 등에 들어 있었다.

학교에서는 굳이 참관록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큰 아이의 교실에 도착해서 참관록을 받아보니,

웬 걸 참관록은 수업이나 교실의 상호작용이 아닌,

각자의 아이에 대해 평가하도록 틀이 짜여 있었다.

참관록에서 가장 큰 공간을 차지했던 부분은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다.

참관하는 학부모들을 주욱 둘러보니,

전체 25명 중에서 펜을 가져온 학부모는 나를 포함해 4명에 불과했다.

학부모들은 수업 내내 무표정히 있다가,

자신의 아이가 발표할 때는 얼굴이 활짝 핀다.

 

나 역시 참관하는 시간 자체에 집중하고 싶었고,

굳이 이 시간에 아이를 평가하거나 편지를 쓸 필요는 없겠다 싶어서,

펜은 도로 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학교를 빠져나와 오후에는 내 생활로 돌아왔다.

그런데 깜빡하고 꺼내지 않았던 볼펜은,

주머니에 손을 넣을 때마다 계속 거슬린다.

 

이 펜이 학교에서 학부모들의 입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아닌가 싶다.

학교에 온 손님이면서도 그다지 대접받지 못하는,

그리고 학교에 낼 의견조차도 머금고 돌아가는.

외부의 관여를 바라지 않는 학교의 모습.

 

오늘 분명히 알 수 있었던 사실은 학부모에게 수업을 공개하지만,

학부모의 피드백이나 협력 관계 구축을 위해 하는 수업은 아니라는 점이다.

일종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추가적인 서비스일뿐,

교사들에게는 당위에 의해 치러야 하는 행사가 아닐까 싶었다.

 

 

 

2. 담임이 달라보이던 순간들

담임들과 학부모총회를 비롯해 몇 번 짧은 만남이 있었다.

우리 아이 담임들은 사무적으로 능숙해 보였지만, 그들의 모습에는 공히 차가움이 묻어났다.

조금이라도 빈틈을 보이지 않고, 업무를 처리하는 듯한 태도로 나를 대한다고 느껴졌다.

나와 그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선이 존재했고,

서로 적당히 거리를 두고 그 선 너머에 머무르려는 느낌이었다.

 

사실 그런 담임들을 생각하면

학교에서 알아서 잘 지도하겠거니 하는 어렴풋한 믿음은 있지만,

온전히 마음에서 우러난 신뢰라기보다는,

객관식 답안에서 다른 선택지를 가질 수 없어서 고른 답이라고나 할까.

그냥 먼발치에서 응원할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그런 마음과 비슷한 것 같다.

 

그런데 오늘 공개 수업에서는 그들의 얼굴에서도 약간의 긴장이 삐져 나왔다.

완벽한 단단함으로 무장하려던 그들에게서 떨리는 마음을 느끼면서,

내 안에서 동질감, 또는 친밀감 비슷한 감정이 파동을 일으켰다.

그렇게 만들어진 감정의 물결이 점점 퍼져나가는 상황들이 몇 차례 더 있었다.

 

첫째의 교실에서 유독 느려 보이는 아이가 하나 있었다.

친구들과 상호작용도 미숙해 보였고, 과제 해결 속도도 더뎠다.

다른 친구들과 응원의 메세지를 담은 스티커를 서로 붙여 주는 활동을 하는데,

그 아이 주변에는 다른 친구들이 아무도 먼저 다가가지 않았다.

그러자 담임은 상황을 살피더니 그 아이에게로 다가가서,

먼저 스티커를 붙여주고 다른 친구들이 그 아이와 교류하게끔 상황을 이끌었다.

 

그리고 간혹 수업 진행을 방해하는 말과 행동을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예상 외의 반응에 담임은 당혹스러움을 느끼는 듯 보였으나, 나는 그 점이 오히려 더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교실을 완전히 통제하지는 못하는 엉성함이, 오히려 더 신뢰를 주는 아이러니랄까.

 

둘째네 교실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다.

아이들이 모둠별로 교실 앞에 나와 각자 선택한 그림을 들고 친구들 앞에서 설명하는 활동이었는데,

어떤 아이가 종이를 잃어버린 채로 앞에 나와서는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아이가 처음에는 괜찮다고 종이 없이 발표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이내 얼굴에서 당황하는 기색이 드러나더니 곧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으로 바뀌는 게 아닌가.

그러자 담임은 아이들이 차례로 발표하게끔 지도를 하고,

곧장 그 아이의 자리로 가서 직접 서랍 속 종이를 찾아 헤맸다.

일순간 학부모들의 시선이 모두 그곳을 향했다.

담임의 긴장이 학부모들에게도 느껴지는 것 같았다.

담임은 한참만에 종이를 발견해 냈고, 아이는 기쁜 표정으로 종이를 받아들고 무사히 발표를 마쳤다.

모두가 겉으로는 조용히 참관했지만, 아마 많은 학부모들이 속으로는 박수를 보내지 않았을까.

 

결과적으로 담임들이 느꼈던 긴장감, 당황스러움,

그리고 그 과정에서도 아이들이 마음 상하지 않게 수업을 끌고 가는 모습.

이런 하나하나가 복합적으로 내게는 어떤 묘한 감정을 불러왔다.

겉으로 차갑게 보이는 담임이 저렇게 속으로는 아이들을 하나하나 세심히 살피고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안도감이라고 표현해야 할지, 신뢰감이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를 그런 감정이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