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9일(토) 피아노학원 연주회를 다녀와서
첫째는 피아노학원에 다닌다.
이제 만 2년째 되는데, 피아노학원에서는 해마다 연주회를 한다.
아이들이 한명씩 돌아가며 각자 한 곡씩 치고 들어가는 간단한 형식이다.
선생님이 공연 시작 전에 간단한 인삿말을 하는데
선생님 얼굴을 보니, 나도 모르게 감동이 울컥 올라온다.
아마도 작년 연주회에서 느꼈던 감정이 다시 떠올라서였던 것 같다.
작년에도 행사를 시작하기 전에, 연주회를 여는 취지와 프로그램 진행에 대해 설명했다.
무대 진행에서 그도 퍽 긴장하고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했던 다음 멘트는 내 마음에 콱하고 박혔다.
"올해 처음으로 연주회를 준비해 봤어요.
사실 연주회 열지 않는 피아노학원들도 많거든요.
솔직히 말씀드려서 저는 연주회를 열어도 되고 열지 않아도 되지만,
아이들에게 작더라도 무대 경험을 전해주고 싶었어요.
어른의 눈으로 보면 아이들이 연주할 곡들은 굉장히 간단한 곡이에요.
부모님들이 보시기에 아이 실력이 부족해 보일 수는 있겠지만,
연주회를 준비하기 위해 대부분의 아이들이 자기 실력보다 높은 곡을 선택했어요.
그리고 이 연주회를 위해서 아이들이 오랜 기간 자신의 한계를 넘기 위해 노력해 왔어요.
오늘 혹시 실수할 수도 있지만, 오늘이 있기까지 쏟은 노력을 칭찬해 주세요."
이 말을 듣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교사가 진심 어린 마음으로 아이들을 지도하고,
성취감을 맛보게 하기 위해 시간을 들여서 추가로 공연을 열어서,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부모가 직접 볼 수 있도록 하니...
이 모든 상황이 종합적으로 그려지면서 내 안에서 감동이 벅차 올랐던 것이다.
실제로 올해 연주회 무대에서 본 첫째는 작년보다 제법 여유로웠고, 연주한 곡의 수준도 훨씬 높아졌다.
일차적으로는 아이가 성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고,
그를 넘어 부모로서의 효능감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연쇄 작용은 다시 교사에 대한 믿음으로 연결되고,
더 나아가 교사의 얼굴만 보더라도 감동이 떠오르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학교에서도 선생님들이 비슷한 노력을 거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이들의 성장을 이끌어 내는 일이 교사들의 본령이고,
학교선생님들도 각자가 할 수 있는 조건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겠나.
하지만 총회에서 만난 학교선생님들과 연주회에서 만난 피아노학원선생님을 떠올리면,
마음 속에서 느껴지는 학교와 학원에 대한 온도의 차이는 무척 크다.
첫째는 3학년이지만 학교를 개방했던 행사는 교원평가를 위한 학부모공개수업이 유일했다.
특히 작년에는 학부모상담주간 마저도 없었다.
일반적인 학부모로서는 학부모상담주간이 왜 없어졌는지,
학교에서는 피아노학원 같은 개방 행사를 추진할 수 없는지 궁금하다.
교사들에게 어려움이 있으면 같이 대안을 찾을 수도 있을테고,
그들이 겪는 어려움이 뭔지 들어라도 줄 수 있을텐데 말이다.
형식적인 학운위보다 진짜 나눠야 할 이야기는 이런 이야기가 아닐까?
분명 교사들과 학부모들이 공존하며,
더 건강한 교육을 만들어 갈 여지가 있는데 지금 학교는 그들만의 철옹성 안에 머무르려 한다.
바깥에서 바라보면 너무도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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