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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년제/학부모로서

[20250324] 하필 우리 반이라니...

3/24(월) 하필 우리 반이라니...

 

낮에 친구 B에게서 연락이 왔다.

친구 B는 이번에 1학년 자녀를 학교에 입학시킨 새내기 학부모다.

아이의 학교 생활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있단다.

 

아래는 주고받은 메신저 대화의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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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학교 생활 관련해서 궁금한게 있어서. 첫째 입학하고 몇일 있다가 같은 반에서 어떤 아이가 다른 아이를 다치게 해서 같이 병원을 가고나서, 그 날부터 선생님이랑 애들 둘 모두 학교를 안 나오는데. 오늘 담임이 병가 냈다고 한달 후에 온다고 하는데. 애들끼리 때리는 문제 생겨서 선생님이 한달 안오고 그러는 경우가 있는 건가? 와이프가 너무 궁금해해서. 담임한테 직접 물어 볼 수는 없고, 혹시 이런 경우가 있나 싶어서 물어 봐.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너무 그날 부터 안나와서.

 

나: 그런 일 때문에 담임들 병가 쓰는 건 비일비재해~ 요새 학부모들이 진상짓 해도 학교에서 보호해 줄 수 있는 수단이 마땅찮아서, 그나마 정신과 진료 기록이라도 받아놓는 게 낫거든. 근데 애들이 둘다 안 나오는 건, 두 부모들 성향을 봐야 알 것 같은데. 서로 피해자라고 주장한다든지 중재가 잘 안 된 거 아니야? 혹시 애들끼리 있었던 일이 좀 심각했었나?

 

B: 모르겠네 자세한 건.  XX(자녀)한테 전해 듣기만 해서, 한명이 눈 아래 상처가 나서 병원 갔다고 하네. 와이프 말로는 가해자로 추정되는 아이가, 평소에 동네에서도 난폭하고 유치원도 안다니는 거 같고. 보호자가 거의 방임하다시피 해서, 평소 놀이터에서도 엄마들 사이에서 요주 인물이었다고 하긴 하더라고. 상처가 심각한진 모르겠지만 그집이 좀 뭔가 일반적이지 않은 건 맞는 듯.

 

나: 전형적인 진상 학부모 스토리구만~ 그런 학부모들 때문에 결국 다른 애들이 피해 입는 구조로 흘러가더라. 담임 병가 들어가서 XX도 혼란스럽겠네. 아휴 더 복잡한 상황으로 가진 않아야 할텐데, 양쪽 애들이 다 안 나오는 걸로 봐서는 금방 해결될 것 같지 않아 보이네.

 

B: 그렇구나. 안타깝네; 담임이 병가 쓰면 그럼 그 문제는 딴 선생이 처리하는 건가?

 

나: 아마 기간제 교사나 시간강사가 채용될 거야. 구하는 동안은 다른 반 샘들이 돌아가며 맡거나~ 한달 병가쓴다 했으면 그 기간 동안은 기간제가 담임 역할을 오롯이 대신하게 되고, 상황이 잘 풀리지 않으면 담임 병가가 더 길어지는 경우도 흔해.

 

B: 기간제교사가 고생이겠구만. 영 마음에 안드네.

 

나: 아이고 입학 하자마자... 요새 이것 때문에 학교도 골머리 썩어. 이상한 부모들을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없으니.

 

B: 지난 주부터 안 나왔는데, 오늘 알림장에 한달 병가라고 다른 선생님 배정되었다고 올라오네. 다들 골치아프구만. 이런 일 없길 바랬는데 하필 우리 반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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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학부모인 B 부부는 자녀의 담임교사가 출근하지 못하는,

학부모로서는 매우 중요한 상황임에도 학교에 궁금한 점을 묻지 않는다.

아니,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B는 학교의 소통 방식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

B는 그나마 나와 연락하면서 나름대로 궁금증을 해결한 듯 했지만,

같은 반에 속한 대다수의 학부모들은 그렇지 못했겠지.

 

얼마나 많은 학부모들의 생각들이 수면 아래에 잠겨 있을까?

잘 조직된 그물로 거를 것들은 걸러내고, 건질 것들은 건진다면...

건강한 교육 밥상에 올릴 수 있는 재료도 수없이 많지 않겠는가.

 

'괴물 부모'라는 표현이 회자될 만큼, 진상 학부모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다.

진상 학부모의 잘못으로 인해, 피해는 선량한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돌아간다.

따라서 '괴물 부모'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 고민함과 동시에,

전체 학부모들 중 대다수는 B 부부 같은 답답함을 느끼고 있음을 살필 필요가 있겠다.

 

(다음 글로 이어집니다)

https://benima97.tistory.com/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