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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년제/학부모로서

[20250403] 껍데기 메시지

4월 3일(목) 껍데기 메시지

 

1학년인 둘째는 아직 알림장을 글로 써오지 않는다.

대신 담임이 e알리미 어플로 전송하는 내용을 학부모들만 받아보는 형태다.

어플을 보다보면 좀 의아한 부분들이 있다.

오늘 같은 경우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

 

1. 소변 보틀은 내일 아침까지 받습니다.
2. 내일 1교시에 건강검진 있습니다.
3. 아무리 작은 물건이라도 던지지 않아요. 다른 사람이 다칠 수 있습니다.
4. 실내에서는 소근소근 말합니다. (소리를 지르거나 비명을 지르지 않습니다.)
5. 친구와는 사이좋게 지냅니다. 친구가 함께 놀자고 하면 함께 합니다. 친구를 가르는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여러명의 친구가 있는데, 일부 친구에게만 무엇인가를 주지 않습니다.)
6. 수업과 관련 없는 물건은 가지고 오지 않습니다. (돈, 간식, 장난감, 귀중품, 위험한 물건 등 )

 

1번 내용을 확인하고는 소변 보틀이 뭔가 싶어서 아이에게 물었다.

아이는 소변 보틀이 뭔지도 모르고 있다.

알림장에 적혀 있던데, 선생님이 말씀해 주신 적이 없냐 했더니 처음 듣는 말이란다.

그래서 가방을 열어보니 소변검사를 위한 시료를 채취하는 용도로 짐작되는 통이 하나 들어있다.

눈치껏 소변을 받아 보내면 되는건가 싶으면서도

학교에서 바로 채취하면 될텐데 왜 집으로 들려 보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저녁 시간인 지금 담임에게 물어볼 도리는 없다.

 

아무래도 담임이 설명해 주지 않았을까 싶어,

평소에 알림장 내용을 선생님이 설명해 주시진 않냐고 물었더니 그렇단다.

자기는 알림장에 어떤 내용이 적혀 있는지 잘 모른단다.

 

그렇게 듣고 나니, 3번부터 6번까지 내용의 수신 주체는 누구인지 궁금해졌다.

거기는 "~~하라", "~~하지 마라"하는 지시형 어미들로 구성된 문장들이 적혀 있다.

분명 아이들이 지켜야 할 사항이 나열되어 있는데,

아이는 알림장의 내용을 모르고 있다.

 

물론 1학년이기에 학교에서 선생님이 설명한 내용을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

어른들도 깜빡깜빡하는 일이 다반사이니.

그렇다면 알림장의 내용을 보고, 학부모들이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끔 해야 할텐데.

 

담임의 의도는 뭘까?

가정에서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지도해 달라는 의미로 적은 내용일까?

그렇다고 생각하기에는 종결 어미를 보면 수신자가 학생 대상인 것 같은데.

아니면 학교에서 아이들을 이렇게 지도했다는 근거를 남기기 위한 내용일까?

궁금하긴 하지만, 물어보기도 그렇다.

 

알림장은 매일 같이 날아오는 공식 채널이지만,

늘 껍데기 메시지만 받아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