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도구어(Academic Vocabulary, 또는 사고 도구어)는 학습에 꼭 필요한 어휘로
일상 생활 속에서 사용되는 단어들과 구별된다.
EBS 당신의 문해력 제작팀이 인하대학교 국어교육과 신명선 교수, ㈜낱말과 함께
중학교 3학년 국어, 사회, 과학 교과서에 등장하는 어휘를 모두 분석한 결과,
교과서를 읽고 이해하는 데 꼭 알아야 하는 어휘로 분류되는 단어가 총 2,440개라고 한다.
교과서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다고 하지만,
학문적으로 연구된 내용을 학령 수준에 맞게 배열해 둔 책이므로
한자어 위주의 학술적인 어휘들을 다수 포함하고 있겠다.
문해력의 기초가 어휘력인 만큼 학습 도구어들을 충분히 알고 있으면,
교과서를 수월하게 읽을 수 있고 그만큼 학습의 효과도 높아진다.
예를 들면 5, 6학년군 사회 교과를 학습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어휘가 필요하다.
이러한 학습 도구어들의 목록은 NCIC 국가교육과정 정보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사이트에는 역대 국가수준 교육과정의 총론과 각론을 모두 다운로드할 수 있는데,
그 중에서 최신 버전은 2022 개정 교육과정이다.
각론들을 훑어보면 국어과 교육과정과 한국어 교육과정 두 가지가 실려 있어서
어떤 걸 봐야할까 싶은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별책 41] 한국어 교육과정"이라고 된 파일을 봐야 한다.
"[별책5] 국어과 교육과정"은 통상적으로 학교의 국어 시간에 배우는 내용에 대한 교육과정이라고 볼 수 있고,
"[별책41] 한국어 교육과정"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과정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한국어 교육과정의 서두에도 "한국어 교육은 한국어가 주류 언어인 한국에서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여 그들의 한국어 의사소통 능력을 일정 수준에 이르게 하기 위한 일체의 교육 행위를 가리킨다."라고 설명한다.
[별책41] 한국어 교육과정 파일을 다운로드해서 목차를 살펴보면,
위에는 교육과정 전반을 지도하기 위한 방침이 나와 있고,
우리가 참고할 부분은 뒤쪽에 있는 "언어 재료"에 대한 내용이다.
"언어 재료" 항목에서는 학교급별로 의사소통을 위한 어휘, 학교생활을 위한 어휘, 학습도구로서의 어휘를 구별하여 제시한다.
나는 이 자료를 참고해서 단어를 직접 암기하도록 지도하라는 이야기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물론 특정 조건에서의 암기는 효과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적절한 동기부여가 이뤄지지 않은 채로 무차별적으로 단어를 익혀야 하는 상황이라면 아이들은 다 도망가지 않을까?
위 자료는 여러 루트로 충분히 어휘를 늘리도록 지도한 후에,
어느 정도 수준에 다다랐는지 확인하는 용도로 활용하는 방법이 적합하다고 본다.
효과적으로 어휘를 늘리기 위한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독서와 대화이다.
일단 여러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에 노출시키고 자연스럽게 어휘를 늘려나가도록 한다.
부모나 지인들과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하면서 언어적 자극을 줄 필요가 있다.
이러한 언어 자극은 풍부하고 다채로울수록 좋고, 어린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유치원생이나 초등 저학년이라면 아래 내용을 참고할 만하다.
*독서교육전문가 김은하 작가는 『독서교육 어떻게 할까?』(학교도서관저널, 2014)에서 아이의 어휘 수준에 알맞은 책을 고르는 방법으로 ‘다섯 손가락 기법’을 소개합니다. 글이 많지 않은 그림책을 읽는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1~2학년이라면 모르는 단어나 표현의 수가 0~1개면 ‘간식책’, 2개면 ‘밥책’, 3개면 ‘보약책’으로 분류합니다. 3학년 이상의 학생들은 0~1개면 ‘간식책’, 2~3개라면 ‘밥책’, 4~5개라면 ‘보약책’이라고 합니다. 새로운 정보가 6개보다 많아지면, 이를 이해하고 기억하려는 인지적 전략을 포기하기 때문에 모르는 단어가 한 쪽에 5개 이하인 책을 골라 읽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 윤희솔 『하루 3줄 초등 글쓰기의 기적』 189쪽
초등 중학년 이상이라면,
읽기 위주로 한자어를 익히는 방법도 좋다고 본다.
현행 교육과정에서는 한자를 배우지 않지만,
학습 도구어 중 상당수는 한자로 되어 있고 이후의 소양을 쌓는 데는 한자어를 익혀두면 좋다.
그러나 학습량 적정화를 생각했을 때는
한자어 급수 시험처럼 쓰기를 포함하는 과정을 공부시키기보다는
독서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습득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고
읽기 위주, 동의어와 반의어로 개념을 점차 확장시켜 가면서
단어에 숨겨진 한자들이 갖는 의미를 이해하도록 지도하는 편이 좋다.
중고등학생 이상이라면,
어휘가 풍성한 국내 소설을 읽히면 좋다.
우리 나라 현대 문학들 중에서 이름난 작품들이 좋고,
특히 박경리 『토지』의 경우 우리 말이 보물처럼 실린 텍스트라고 할 수 있다.
글쓰기로 정평난 유시민 작가 또한 그의 저서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하지만 뇌가 거의 다 성장해 지적 능력이 성인 수준으로 올라선 고등학생부터는 적절한 도서 목록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책을 고르는 기준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 첫째, 인간, 사회, 문화, 역사, 생명, 자연, 우주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개념과 지식을 담은 책이다. 이런 책을 읽어야 글을 쓰는 데 꼭 필요한 지식과 어휘를 배울 수 있으며 독해력을 빠르게 개선할 수 있다.
- 둘째, 정확하고 바른 문장을 구사한 책이다. 이런 책을 읽어야 자기의 생각을 효과적이고 아름답게 표현하는 문장 구사 능력을 키울 수 있다. 한국인이 쓴 것이든 외국 도서를 번역한 것이든 다르지 않다.
- 셋째, 지적 긴장과 흥미를 일으키는 책이다. 이런 책이라야 즐겁게 읽을 수 있고 논리의 힘과 멋을 느낄 수 있다.
그러면서 박경리의 『토지』,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 대해서는
두어번을 넘어서 열 번까지 읽어도 좋을 책이라고 말했다.
독서를 통해 점차 어휘가 본인에게 스며들게 하기보다,
좀 더 직접적으로 어휘를 공부하려면 다음의 5단계를 거치기를 권한다.
1. 골라내기
- 우선 자신이 모르는 단어가 무엇인지 책에서 표시하는 과정이다.
- 필요한 단어들을 표시해 두면, 차후에 단어를 복습하기에도 좋다.
2. 추측하기
- 1차적으로는 글의 흐름을 보면서, 어떤 의미를 지닌 단어일지 예측해 보는 과정이다.
- 꼭 어휘 공부를 위한 목적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평소 글을 읽다가 막히면 직관적으로 작동된다.
- 문해력을 기를 때 기본이 되는 힘이며, 예측해 본 후 정확한 확인이 필요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3. 사전에서 찾기
- 예전에는 국어 사전을 찾았지만 요즘은 온라인 사전을 많이 이용한다.
- 같은 단어라도 여러 사이트의 사전을 찾아보면서, 의미를 복합적인 렌즈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4. 기록하기
- 찾은 내용을 별도로 정리해 두는 과정이다.
- 별도로 단어장을 쓰는 방법도 있겠고, 책에 포스트잇으로 붙여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5. 활용하기
-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뇌에서 인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 찾아 본 단어를 다른 문장에서 활용해 보면서 몸이 기억하도록 하면 기억이 오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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