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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생각조각

[20250224] 자녀의 유치원 졸업식에 참석하며 떠오른 생각 조각

2월 24일(월) 자녀의 유치원 졸업식에 참석하며 떠오른 생각 조각

 

첫째에 비해 둘째들은 무던하게 크는 것 같다.

아니, 무던하게 키우게 된다가 맞는 말일까?

 

나도, 와이프도,

첫째 키울 때는 조금이라도 더 신중히 좋은 것들을 찾아보고,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주기 위해 노력했다.

유치원을 알아볼 때도, 학원을 정할 때도, 공부 습관을 길러줄 때도 하나하나 고민을 더 많이 했던 것 같다.

 

그에 비해 둘째에게는 좀 더 에너지를 덜 들이게 된다.

경험치가 생겨서 뭐든 요령있게 하기도 할테고,

직장에서 사용해야 할 에너지가 점점 더 커져가는 시기이기에 집에서 힘을 좀 빼게 되는 것도 있다.

첫째도 자신이 겪어온 바를 둘째에게 알려주게 되면서, 손이 덜 가는 점도 있을테고 말이다.

 

아무래도 둘째까지 초등학교로 올려보내려다 보니,

이제는 제법 커서 "평생의 모든 효도를 한다."는 시기가 지나는 것도 아쉽게 느껴지고,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이 생겨간다는 점이 기쁘기도 하면서,

좀 더 "교육"에 신경을 써야 할 시점이 되는 것도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하는 등 복합적인 감정이 느껴진다.

 

 

 

해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졸업시키는 장면을 마주하는 직업의 특성 때문이었을까?

사실 졸업식장에 들어갈 때까지 별 생각이 없었다.

단지 부모로서 참석해야 하는 하나의 의식을 치른다는 의무감이 컸던 것 같다.

특별할 것 없는 식순에, 뻔한 흐름으로 지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 말이다.

그래도 교사 축가 순서가 포함된 걸 보며 '준비하느라 선생님들 고생하셨겠네.' 하는 생각 정도는 했던 것 같다.

 

처음 아이들이 입장하고, 노래하면서 율동하는 동안에도 그저 그랬다.

우리 아이 얼굴을 보면서 그때그때 웃음이 나기도 했지만,

원장님 말씀, 졸업장 수여...

별 감정 없이 순서가 지나갔다.

 

이윽고 교사 축가 순서로 이어졌다.

원장, 원감선생님을 비롯한 모든 선생님들이 노래를 시작했다.

의외로 선생님들 노래 실력이 괜찮았고, 학부모들은 흥미롭게 듣고 있었다.

 

1절이 끝날 때쯤이었던 것 같다.

갑자기 둘째네 반 담임선생님이 마이크를 잡더니,

간주가 흐르는 동안 독백 같기도 한, 편지같기도 한, 어떤 말들을 한참 읊으셨다.

그 순간 온전히 담임선생님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나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과 보낸 한 해의 추억을 돌아보는 이야기,

순간순간 교사로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에 대한 소감,

그 시간이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에 대한 회고 등.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선생님은 생각의 흐름에 깊이 빠져,

글썽이듯 잠겨있던 말을 풀어놓고 있었다.

 

선생님의 눈가에 눈물이 촉촉히 맺히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고개가 숙여지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 아이를 가르치던 교사가 저러한 마음가짐으로 1년을 살아냈구나.
저 선생님은 자신의 일에 몰입하는 시간 동안 참 행복했겠구나.
그리고 우리 아이가 한 해 동안 참 소중하게 여겨졌구나.
가르친다는 일이 다름에 있지 않고, 만나고 소통하고 감정을 나누는 일이구나.

 

 

자녀의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참석한 행사에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학부모에게 감동을 주는 지점은 다른 곳에 있지 않음을,

아이들을 사랑으로 대하고 정성어린 태도로 교감하기 위해 노력하는 곳에 있음을.

 

시대의 흐름에 따라 교육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가장 밑바탕에는 인간과 인간의 교감이 먼저 있어야 함을 다시금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