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정진호
- 출판
- 현암사
- 출판일
- 2014.02.25
나: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야. 혹시 1년 중에 어른의 날이나, 대통령의 날도 있니?
아이들: 아니오.
나: 그러면 장애인에 대해서는 기념하는 날을 1년에 한 번씩 정해두는 이유가 뭘까?
아이들: 잊지 않기 위해서요.
나: 맞아. 그만큼 평소에는 무관심하기 쉽지만, 우리가 늘 관심 가져야 할 문제들 중의 하나기 때문이야.
아이들: 지금 보여주시는 책도 그 이야기랑 관련된 내용이에요?
나: 맞아, 그럼 같이 한 번 읽어볼까?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해마다 이 시기가 되면 생각나는 책이 있다.
바로 정진호 작가의 『위를 봐요』라는 그림책이다.
장애이해교육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도구는 퍽 많지만
늘 별다른 고민 없이 이 책을 고르는 이유는
책에 담긴 메시지가 무척 간명하지만 더없이 깊은 울림을 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2015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으로,
아주 간단한 플롯으로 짜여 있다.
주인공 수지는 어느 날 불의의 사고를 당한 후,
휠체어 없이는 걷기 어려운 형편에 처한 어린이다.
수지는 매일 우울한 기분으로 길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는데,
수지는 사람들의 정수리만 바라볼 수 있을 뿐, 누구도 자신에게는 관심이 없다.
슬픔에 잠긴 수지가 보는 세상은 점점 어두워지고,
사람들은 점점 뿌옇고 흐릿하게 보인다.
그러던 어느 날, 수지가 "위를 봐요"라고 크게 소리를 치자,
한 아이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자신에게 호응한다.
그러더니 별안간 바닥에 드러눕는 게 아닌가?
그 때, 수지는 처음으로 사람의 정수리가 아닌, 얼굴을 볼 수 있게 된다.
그 아이를 발견한 행인들은 그 아이를 따라 함께 바닥에 누워 수지를 올려다본다.
그렇게 사람들과 마주 보게 된 수지는,
집에서 내려가 휠체어 아래에 앉아 자신을 올려다보던
아이와 함께 도란도란하게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며,
이야기는 마무리 된다.
내가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글에 담긴 주제가 훈훈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림"책으로서도 좋은 가치를 지닌 책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리터러시를 기르기 위해서는 텍스트를 깊게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와 더불어 이미지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를 고찰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들과 수업하면서 자주 하는 질문들이다.
"이 그림에서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면 어디지?"
"작가는 왜 이 페이지에 이런 그림을 그렸을까?"
"이 그림은 이야기의 흐름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내가 이 책을 새로 쓴다면 문장이나 그림을 어떻게 바꾸어 볼 수 있을까?"
"우리가 이야기 나누지 않았지만, 그림에 대해 더 발견한 내용이 있는 친구?"
누군가가 자신을 바라봐 줄 때 처음으로 드러나는 수지의 미소.
수지의 감정에 따라 풍성해지는 색채.
수지의 희망을 담은 새싹 화분.
아이들은 스스로 그림의 의미를 발견하고,
신이 나서 자신의 관점으로 해석한 그림에 대해 설명한다.
친구의 설명을 듣고, 더 생각을 확장시켜 나가는 아이들을 보는 일은 참 즐겁다.
그림과 글을 꼼꼼히 읽어주더라도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여분 남짓이다.
책에 담긴 교훈을 아이들에게 내면화시켜 주기 좋은 책일 뿐더러,
좋은 그림책은 어떤 모습인지를 알려주기 딱 좋다.
이런 책들을 여러 권 읽어준 후에,
스스로 책을 만들어보는 활동으로 이어가기에도 좋은 교재다.
이번 주말에는 나도 자녀에게 이 책을 읽어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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