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정책은 사회, 경제, 환경, 문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
그 시대를 살아가는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난 정부와 이번 정부의 외교 정책 변화에 따라 대외 관계에 큰 변화가 생기고,
그에 따라 우리나라 사회와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요즘 상황이 바로 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일반 정책도 그러한데,
학습자의 현재를 넘어 미래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교육 정책의 중요성은 더욱 말할 나위가 없다.
교육 정책에는 사회 변화와 대중들의 인식 흐름이 반영되고,
그러한 변화를 주도해 가는 매개들의 한가운데에는 디지털 기술이 있다.
코로나19는 비대면, 온라인 시스템의 수요 증가를 불러일으켰다.
그에 따라 교육계의 디지털 인프라를 더 확충시킬 필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교육부 교육안전정보국에서는
제6차 교육정보화 기본계획(’19~’23) 2022년도 시행계획(안)을 발표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교육부에서는 ‘사람 중심의 미래 지능형 교육환경 구현’을 비전으로
ICT를 통한 맞춤형 교육 서비스 실현,
빅데이터 기반 맞춤형 교육정보개방 촉진,
안전한 교육정보 서비스 운영체계 구축 등
다양한 면에서 진일보한 디지털 교육환경을 다졌다.
정부 여러 관계부처에서 협력하여 발표한 디지털 인재 양성 종합방안(2022년 8월)에서는
‘디지털 인재’를 ‘디지털 신기술을 개발, 활용, 운용하는데 필요한 지식과 역량을 갖춘 인재’로 정의하고,
2022~2026년 디지털 인재 수요는 73.8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예상하였다.
그러나 2021년 기준으로 예측되는 디지털 인재 양성은 9.9만 명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면서,
수요 대비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2026년까지 100만 명의 디지털 인재를 길러내겠다는 목표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듯 정부에서는 유초중등 교육기관을 비롯해서 실버세대까지도 포괄하는
디지털 역량 강화를 주안점으로 삼고, 다양한 정책을 펼쳐나가고 있다.
지식정보화 사회가 가속화됨에 따라,
우리나라도 그에 맞는 대응책을 찾고 전 국민의 디지털 역량을 끌어올리는 면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디지털 정책에 대해 막연히 기대된다기보다는 우려되는 점이 있다.
우선, 디지털 도구들이 어린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좀 더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직관적으로 예상하기에도,
조기에 디지털 활용 기술을 익히게 할수록 능숙하게 기기를 다룰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든다.
다만 어느 시기의 아이들에게 어떤 정도의 디지털 도구 투입이 적정할지,
학생의 발달 수준에 따른 건강한 디지털 도구 사용 방법은 어떠할지에 대한 고민과
그러한 공감대를 끌어내려는 보이지 않는다.
빠르게 인재를 육성해서, 산업에 투입하기 좋은 자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만 보인다.
빠르게,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한 목표에 매몰되기보다
디지털 도구가 가지는 가치와 철학에 대한 담론이 함께 형성되어 나가야 한다고 본다.
디지털 도구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동시에 디지털 쪽으로 지나치게 많은 역량이 투입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가령 디지털에 관해서는 새로운 사업이 계속 생겨나고,
학교에서 행해지던 많은 사업들이 ‘디지털’이라는 이름이 붙으면서 전년도에 비해 예산은 엄청나게 불어나서 내려온다.
‘디지털 튜터’ 사업의 경우에도 실제로 학교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리라는 기대를 하기 어렵다.
단기적으로 봐도 학교 내에서 디지털 도구를 정비, 보수해 주는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장기적으로도 디지털과 관련한 교사들의 교육과정 운영이나
수업에 대한 전문성을 길러나가는 데 저해 요인이 될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디지털 역량을 길러내는 일이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다른 측면에 대해서도 함께 고려하는 균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앞으로도 기술은 더 빠른 속도로 사회 변화를 끌어낼 것이고,
그에 맞추어 각국의 디지털 정책은 계속 진화해 나갈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한 변화가 교육에까지 큰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디지털 기술이 교육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주시하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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