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김훈
- 출판
- 문학동네
- 출판일
- 2022.08.03
출퇴근 하면서 늘 듣는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 북스' 가 요즘 쉬는 시기라,
뭘 들을까 고민하던 터에 간만에 소설을 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김훈의 『하얼빈』을 오디오북으로 한번 들어봤다.
김훈 작가의 작품을 글로 만나면 매번 뻑뻑하게 읽힌다.
부들부들 나아가는 글이 아닌 투박하게 턱턱 맺히는 느낌이랄까.
20년 전에 만났던 『화장』이 그랬고, 『칼의 노래』가 그랬다.
그 때는 워낙 어렸을 때라 작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도 잘 이해하지 못한 채로,
그저 읽어내겠다는 목적의식을 갖고 어렵사리 끝에 다다랐던 기억만 남아있다.
『하얼빈』 에 대한 좋은 평을 많이 들어왔고,
근현대사에 대한 관심으로 이 책을 골라서 듣기 시작했다.
출퇴근 하면서 하루 한 시간 정도씩 들어서 열흘 정도 걸렸던 것 같고,
밀리의 서재 기준 0.9배속 정도가 내게는 적당한 속도로 느껴졌다.
지식 습득을 위한 목적으로 듣던 오디오북보다 훨씬 경쾌하고 부담 없이 귀에 박혔다.
장면을 풍부하게 상상할 수 있는 여지도 있어서 문학 작품을 오디오북 낭독으로 듣는 일은 꽤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앞으로도 종종 찾아듣지 않을까 싶다.
인물들의 입장에 따라 각자의 시선이 달라진다는 점이 보였다.
안중근은 조선을 수탈한 이토를 멸한다는 대의를 품고, 자신의 생각을 표명할 기회를 얻기 위해 삶을 갖다 바친다.
이토는 동양평화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후진을 벗어나지 못한 조선을 문명화시키기 위해 갖은 일을 한다.
고종의 황태자인 이은은 궐에 드나들던 이토를 스승으로 모시고, 그의 사후에는 국가적 수준에서 그 죽음을 기리기도 한다.
그들이 처해있던 역사적 문맥을 보면 어느 하나 이해되지 않는 캐릭터는 없다.
다만 서로 다른 입장에 처해 있는 사람에게는
비분강개할 일이 되기도 하고,
목숨을 바쳐서라도 상대의 작동을 멈추도록 해야만 하는 그런 일이 되기도 한다는 점.
만약 일본제국주의가 지금도 작동하고 있다면,
안중근의 이야기는 회자되지 않았겠고,
이토의 죽음은 너무도 안타까운 일로 여겨졌겠다.
역시 역사는 살아남는 자의 기록이고, 강자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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