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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교육

[독서후기] 이오덕『어린이는 모두 시인이다』(이오덕의 글쓰기 교육 선집 ③)

 
어린이는 모두 시인이다
왜 이오덕의 글쓰기인가? 이오덕이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비로소 깨닫게 된 글쓰기의 진실은 숨을 쉬는 것처럼 누구나 쓸 수 있는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 자기 말로 자기 이야기를, 곧 삶을 쓰는 것이 이오덕일 말하는 글쓰기이다. 「이오덕의 글쓰기 교육」은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로 자신의 길을 찾아가기를 바라며 그동안 흩어져 있던 이오덕의 글쓰기 책을 정리한 것이다. 『어린이는 모두 시인이다』는 이오덕의 ‘어린이시’에 대한 고민과 성찰, 이론과 실천이 집약된 책이다. 어른들이 쓰는 동시와 어린이들이 쓰는 시가 어떻게 다른지를 밝히고, 다양한 작품을 보기글로 들어 어린이시 지도 방법을 다루고 있다. 실제 아이들과 함께 시를 쓸 때 어떤 작품을 보여 주고 어떤 말을 들려주어야 하는지 아이들을 가르쳤던 경험을 오롯이 담아 냈다. ‘어린이시’는 어린이 자신의 삶이다. 어린이가 자기 삶을 자기 말로 노래한 시다. 그래서 시는 아이들이 부르는 아이들의 노래다. 저마다의 마음속에 있는 간절한 생각, 그때그때의 절실한 느낌, 가슴에 꽉 차고 눌려 있는 것을 토해 내는 것이다. 어린이에게 어린이의 시를 돌려 주어야 한다.

 

저자
이오덕
출판
양철북
출판일
2017.05.18

 

사실 이 선집이 밀리의 서재에 있으리라 기대하지는 않았다.

 

구독형 서비스의 특성상

서비스 제공자는 사용자들이 많이 찾는 컨텐츠 위주로 투자를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플랫폼에는 대중적으로 인기를 끄는 제품들이 주로 실리게 된다.

바꾸어 말하면 사람들의 관심이 적은 분야에 대한 책은 풍부하지 않고,

사실 교육 분야는 그러한 분야들 중의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밀리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오덕'이라는 작가가 갖는 브랜드 파워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글쓰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져 가고 있는 최근 상황과 닿아있지 않나 싶다.

 

출처 pixabay

 

이오덕(1925~2003)은 평생을 글쓰기를 비롯한 교육과 문화 운동에 매진했고,

2018년에 발간된 '이오덕의 글쓰기 교육 선집'은 그가 살아생전에 모아놓은 기록을 집대성하여

적절하게 제목을 붙이고 편집하여 세간에 내놓은 세트다.

선집은 총 9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아래와 같은 구성으로 짜여 있다.

 

1권 『이오덕의 글쓰기』
2권 『글쓰기, 이 좋은 공부』
3권 『어린이는 모두 시인이다』

4권 『글쓰기 하하하』
5권 『글쓰기 더하기』
6권 『우리 모두 시를 써요』

7권 『일하는 아이들』
8권 『허수아비도 깍꿀로 덕새를 넘고』
9권 『우리도 크면 농부가 되겠지』

 

1~3권은 글쓰기 또는 글쓰기 지도를 위한 방향에 대한 설명을 담고 있고,

4~6권은 아이들에게 글쓰기 방법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며,

7~9권은 아이들이 쓴 시 모음집이다.

이 책은 그 중 6권에 해당한다.

 

이 책뿐만 아니라 선집에 실려 있는 책을 몇 권 더 읽어봤는데,

교육 사상에 대한 책도 집필했던 경력이 있는 만큼 저자가 글에 대해 가진 철학은 뚜렷했다.

그러한 면을 살필 수 있는 구절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옛날부터 ‘글은 사람이다’고 하는 말이 있는데, 우리가 하고 있는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은 글과 사람을 하나로 보는 가장 예스러운 글의 철학을 튼튼한 바탕으로 삼고 있다. (『이오덕의 글쓰기』 중에서)

*사람이 숨을 쉬는 것은 코로 하지만 마음의 숨은 표현으로 쉰다. 더구나 아이들의 표현은 아이들의 생명을 이어 가고 생명을 키워 가는 귀중한 수단이 된다. (『이오덕의 글쓰기』 중에서)

*우리가 보통 글을 읽었을 때 ‘이 글은 재미있다’든지 ‘재미가 없는 글이다’고 한다. 또 ‘이 글은 읽을 맛이 있다’ ‘아무 맛도 없는 글이다’고도 한다. 이럴 때 이 ‘재미’라든지 ‘맛’이라는 것이 바로 감동이다. 어린아이가 쓴 글이든지 어른이 쓴 글이든지, 소설가가 쓴 글이든지 주부가 쓴 글이든지, 모든 글은 감동이 있나 없나, 감동의 깊이가 어떤가에 따라 그 값이 매겨진다. 재미, 맛, 감동—이런 가장 소박하고 단순한 느낌이 가장 확실하고 틀림없는 글에 대한 평가다. 우리가 글을 논의하는 말을 아무리 여러 가지로 복잡하게 늘어놓는다고 하더라도 결국 맨 처음에 글을 읽었을 때 얻은 감동, 이것을 자세하게 풀이하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고도 할 수 있다. (『이오덕의 글쓰기』 중에서)

*자기가 한 일을 정직하게 쓴 글이 그대로 읽는 이들을 감동시키도록 되어야 합니다. 가치가 있는 글을 쓰자면 가치가 있는 생활을 해야 하고, 가치가 있는 생각을 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글쓰기 하하하』 중에서)

*자기가 겪었던 일을 남들에게 알리려고 할 때는 그 일을 대강 설명할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그때의 일을 눈앞에 마치 그림을 그려 보이듯 말(글)로 그려 보이면 훨씬 더 잘 알릴 수 있고 감동을 주기도 합니다. 이럴 때는 눈으로 본 것, 귀로 들은 것, 몸으로 행동한 것을 생생하게 되살려 잘 알 수 있게 써야 합니다. (『글쓰기 하하하』 중에서)

*아이들이 이런 동시인들의 관념 세계와 시 짓는 태도를 흉내 내어 쓴다고 할 때, 그 쓴 것이 시가 되지 못할 것은 뻔한 일이다. 그것은 아이들 자신의 세계가 아니기 때문이고, 아이들의 생활과 몸에 맞는 시 쓰기 태도가 아니기 때문이고, 그리하여 아이들의 개성과 생활이 완전히 무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는 모두 시인이다』 중에서)

*우리가 아이들에게 시를 쓰게 하는 것은 작품을 얻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작품을 쓴다는 것은 시적 생활—시적인 진실을 탐구하는 생활을 몸에 붙이기 위한 방법이다. 작품을 쓰는 과정—시를 찾고, 시를 느끼고, 생각하고, 표현하고……. 그러나 작품을 쓰고 나면 그것이 끝이 될 수 없다. 거기서 다시 시적 출발을 하여 끝없이 새로워지고 앞으로 나아가는 자세를 가지는……, 이것이 시적 생활이요, 이런 생활 태도를 몸에 붙이는 것이 시 교육이다. (『어린이는 모두 시인이다』 중에서)

*감동은 없이 기교만 두드러지게 보이는 시는 시가 될 수 없다. 그리고 어린이시에서 감동은 기발한 착상이나 언어를 선택하고 배치하는 기술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소박하게 표현된 생활과 관련해서 오는 것이다. (『어린이는 모두 시인이다』 중에서)

 

저자는 일관성 있는 메시지로 이야기한다.

 

말이 글보다 먼저다.

글이 곧 삶이다.

표현교육이 중요하며, 글쓰기교육은 표현교육의 일환이다. (작품을 얻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

감동이 느껴지는 글이 좋은 글이다.

가치 있는 글을 쓰려면 가치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라고 말이다.

 

출처 한겨레온 http://www.hani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015

 

이러한 글쓴이의 철학은

아이들을 중심에 두고, 아이들의 개성을 살려내기 애쓰는

그의 시 지도 방법에서도 드러난다.

아래는 모두 『어린이는 모두 시인이다』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아이들이 시 작품을 쓰게 되는 과정은 세 단계를 거쳐야 할 것 같다.
- 첫째 단계는 아이, 곧 생활의 주체가 객체에 부딪치게 되는 사태의 발생이요
- 다음 단계는 주체와 객체가 부딪쳤을 때에 일어나는 주체 내부의 발화, 곧 시의 핵이 되는 감동의 발생이요
- 셋째 단계가 이 발화의 표현이다.

*구상 지도
- 쓸거리가 정해지면 그 쓸거리, 다시 말해 현실 감동을 어떻게 그 중심이나 초점만 잡아내어 두드러지게 할 것인가, 하는 구상 지도가 있어야 한다. 이 구상 지도는
- 첫째, 생활의 장에서 일어난 일 가운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마음의 움직임 가운데 어느 부분을 도려내는가, 곧 현실을 재단하는 문제
- 둘째, 줄 나누기와 연의 구성
- 셋째, 표현의 형태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구상 지도 中 줄 나누어 쓰기
- 형식에 내용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내용에 형식을 맞추어야 한다. 아니, 내용이 나타나면 그것이 그대로 형식이 된다.

*쓰기 지도
- 구상이 다 되어 시를 막상 쓰게 될 때, 가장 긴요한 태도는 마음껏 쓰는 일이다.
- 다음에는 자기의 말로 써야 한다.
- 첫째, 보기 좋고 깨끗한 것을 만들어 내려고 하지 마라. 남에게 근사한 것을 보이려고 하지 마라.
- 둘째, 남의 작품을 흉내 내지 마라.
- 셋째, 늘 쓰던 기분으로 쓰지 마라.
- 넷째, 생전 처음 쓰는 기분으로, 뒤에 다시 또 이 제목으로 쓴다고 생각하지 말고, 자기 마음을 그대로 쏟아 놓는다는 심정으로, 자기의 심정이 잘 나타날 수 있도록, 마음껏, 온몸으로, 열정을 기울여 쓰라.
- 다섯째, 남이야 무엇을 쓰든지, 무슨 말로 쓰든지 상관하지 말고, 자기의 말로, 새로 찾아낸 자기의 말로 쓰라.

*퇴고 지도 中 첨삭 지도
- 시가 간결해야 한다는 좁은 소견에서 말을 깎아 없애는 데 관심을 지나치게 기울이는 것은 그 해독이 크다. 주어나 술어의 생략은 물론이고, 토의 생략 같은 것도 저학년에서는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퇴고 지도 中 상급생의 퇴고 지도
- 첫째, 쓰고 싶었던 것이 다 나타났는가? 제 마음이 잘 나타나 있는가? 덜 나타났다고 느껴지면 그것을 더 보태어 써넣자.
- 둘째, 꼭 쓰고 싶었던 것이 아닌 다른 것이 나타나 있지는 않은가? 그런 것이 있으면 지워 버리자.
- 셋째, 자기의 느낌이나 마음이 잘 나타난 말인가? 자기의 기분에 맞는 말인가? 남의 흉내로 쓴 말은 없는가?
- 넷째, 동시를 쓰는 기분으로 쓰지는 않았는가? 그렇다면 아주 새것으로 다시 쓰자.
- 다섯째, 없어도 좋다고 생각되는 말이 있으면 지워 보자.

 

시를 쓰기 전에

삶 속에서 소재를 모으는 데에서부터,

글의 얼개를 짜고,

실제로 글을 쓰고,

그 글을 다듬어 내는 과정까지

하나하나 세세하게 아이들과 글을 톺아보면서

자신만의 관점으로 세운 지도 방법에 대해 안내한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시'라고 하면 막연히

어려운 것,

꾸며쓰는 것,

삶과 동떨어져 있는 것,

문학을 향유하는 몇몇 사람들의 것

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여태 시 지도에 대해 깊게 고민해 본 경험이 별로 없어서

시를 가르칠 때마다 수박 겉핥기가 된 건 아니었나 싶었지만

이 책을 읽고 조금이나마 앞으로 있을 시 수업에 대한 생각을 정립할 수 있었다.

 

한국의 페스탈로치 이오덕.

아리스토텔레스가 수사학의 3대 요소 중 하나로 에토스ethos를 꼽았듯,

거짓 없이 스스로에게 떳떳한 삶을 살아왔기에

그의 메시지에는 더 강한 울림이 있다.

 

이 책은 시를 멀게만 느꼈던 사람들,

그리고 교사들과 부모들에게 큰 의미를 가질 만한 책이다.

시를 쓰기 시작하려는 문학도들에게도 도움이 되리라 싶다.

 

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