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문화기술지(autoethnography)의 개념과 등장 배경
자문화기술지는 질적연구 방법의 하나이다.
"자문화"(自文化)는 연구자 자신(自)이 속한 집단의 문화(文化)를 대상으로 한다는 뜻을 담아내고,
"기술지"(記述誌)는 연구자의 주관적인 서술(記述)과 기록(誌)에 근거한 방식을 의미한다.
자문화기술지는 포스트모더니즘 사조에 영향을 받아 탄생한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기존 사회 주류였던 '이성, 집단, 규범, 질서'의 해체를 주장하는 이론으로,
이성을 통한 절대 진리는 존재할 수 없다고 보고, 미시 서사와 탈중심적 의견에 대해 주목하려 한다.
자문화기술지는 종전의 이성, 질서, 규범 등을 강조하던 거대 서사 중심의 패러다임이 많은 문제를 내포한다는 비판에서 출발한다.
거대 서사를 쉽게 풀어 설명하자면, '세상의 인식', '객관적인 진리'로 여겨지는 담론을 말하며,
포스트모더니즘은 보편적인 인식을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그에 권위를 부여하는 일을 멈추자는 철학이다.
사유의 주체로서 개인을 더 소중히 여기고, 개별 자연인들이 지닌 세계관의 다양성을 존중한다.
이는 개인의 고유성을 중시하는 철학으로서의 자유, 다원성이 점점 더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는 현대 사조와도 맥을 같이 한다.
'자문화기술지'는 종전의 '문화기술지'가 문화 밖에 존재하는 3인칭 관찰자를 전지적으로 상정했던 방식을 비판한다.
어떤 집단의 문화는 사회-문화적 양상과 구성원 개인들의 역동에 따라 변화하는 맥락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흐름에 놓인 문화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없고 연구자의 인식에 따라 변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 따르면 '문화기술지'가 바탕에 두는 생각, 해당 문화에 대해 객관적으로 기술할 수 있다고 보는 입장에 회의적이다.
따라서 연구자 개인의 주관적인 경험도 중요한 지식이 될 수 있다고 보며,
연구자의 입장에서 조직의 문화를 조명하는 작업 역시 가치있는 일이다.
다른 방식의 연구에서 외부자로 존재하는 연구자가 파악하기 힘든 면면을,
문화 내부자로서의 연구자가 실정을 속속들이 알고 상세히 기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연구자는 해당 문화를 경험한 내부 구성원이며, 앞으로도 그 문화에 소속되어 살아갈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문화를 가감없이 드러내는 일은 어렵고, 해당 문화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갖기 어려울 수도 있다.
오히려 어떤 문화가 존속되는 이유를 설명하고, 방어하려는 자세에 빠지기 쉽다.
따라서 이 방식에서는 연구자의 성찰적인 태도와 문화 발전에 대한 건설적 자세가 중시된다.
2. 자문화기술지의 연구 방법
자문화기술지는 특정 문화의 일원이자, 연구자로서의 이중적 정체성을 지닌 한 개인이,
개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문화를 바라보는 시각을 주관적으로 서술한다.
전통적인 연구에서는 실증적, 객관적, 중립적인 태도를 강조하지만,
자문화기술지에서는 연구자의 주관성과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연구에는 연구자의 경험, 일기나 메모 등의 기록물, 인터뷰, 문서 분석 등의 질적 자료가 활용된다.
글을 써 나갈 때는 한 개인이 문화적 맥락 안에서 겪어낸 일에 대한 감정, 기억, 느낌 등을 복합적으로 담아내며,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기 성찰이 부각된다.
이러한 돌아봄을 바탕으로, 사회적, 문화적 맥락 안에서 의미를 탐색하여 연구의 결과를 도출한다.
바꾸어 말하면, 성찰(省察)과 통찰(通察)이라는 바라보는(察) 힘이 자문화기술지를 이끌어 가는 핵심이다.
또한 학문적 분석과 더불어 문학적 서술(내러티브, 스토리텔링 등) 방식을 기반으로,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점이 자문화기술지의 특징이다.
이러한 서술 방식으로 말미암아 여타 연구 방법에 비해 연구자와 독자의 심리적 거리는 좁혀지고,
텍스트는 독자로 하여금 간접 경험에 몰입하게 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개인적인 영역의 이야기에 매몰되면 보편적인 공감에 다다를 수 없다.
글에 드러난 경험이 학문적인 장의 소재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서술된 내용이 연구자 개인의 자의적인 해석을 넘어 타인들에게 닿을 수 있을만한 분석인지 스스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는 주제와 관련된 자료(사진, 기록 등)을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조각글을 써 내려가면서 경험과 텍스트, 그리고 통찰이 조응하며 보완될 수 있도록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3. 자문화기술지로 적합할 만한 연구 주제는 무엇이 있을까?
가. 학부모로서 학교에 참여한 경험.
- 상대적으로 매여 있는 시간이 적은 상황에 처해 있으므로, 학부모로서 자녀의 학교에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 입학식, 학부모총회, 학운위 학부모위원, 학부모상담, 학부모 공개수업 등의 행사를 대상.
- 교사로서의 경험과 학부모의 시각을 지니고 있기에 나의 고유성을 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도 좋음.
- 올해 특히 하기에 좋은 연구이며, 학부모로서의 학운위 참여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좋을 듯.
- 예를 들어, "초등교사인 아버지의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위원 경험에 대한 자문화기술지"
나. 학부모로서의 역할을 하면서, 성별이 남성이기 때문에 겪는 감정.
- 학교 활동에 참여를 시도할 때, 남성이기 때문에 제약이 되는 지점들이 있을 것
- 가령 엄마들 커뮤니티에 깊이 진입하기 어려움
- 학교에 찾아갈 때, 남성이기 때문에 겪게 되는 감정들이 있지 않을까.
- 가령, "아버지의 학교 참여 경험에 대한 자문화 기술지"
다. 남성 양육자의 시각에서 바라본 워킹맘에 대한 내용
- 여성의 사회 참여가 늘면서 남성의 육아 참여가 늘고 있지만, 대다수의 가정에서 주양육자 역할은 여성의 몫
- 우리 집의 문화에 비추어, 일반적인 가정의 양육 실태에 대해 생각해 본다?
- "아버지의 시각에서 바라본 워킹맘의 ~~"
라. 다른 학교에 외부인으로서 참관할 수 있는 경험
- 이우학교 학교개방의 날 참가, 보라초 학부모총회 참관 등을 계획에 두고 있음.
- 이 경우는 자문화기술지가 아닌 문화기술지가 되겠다.
- 타 학교 사례에 대한 인터뷰 (우수사례든 아니든, 물론 아닌 사례는 인터뷰 따기는 쉽지 않을 듯)
- 규모별, 지역별 간접 경험도 의미가 있을 듯.
'연구년제 > 한국학부모학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50121] 공주교육대학교 부모교육연구소 학술대회 및 한국학부모학회 포럼 참가 (2) | 2025.01.22 |
---|